고려시대 - 최우(崔瑀)의 집
무신정권 최고수장 최우의 집은 어떠했을까 신선이 사는 집과 같았다.
지금 볼수있는 것은 저 청자뿐이다.
중반에 최우의 업적은 이런 좋은집을 짓고 살만하다는 글귀도 눈여겨 볼만하다.
※최 승제(崔承制) : 최우(崔瑀)를 가리킨다. 승제(承制)는 승제상서(承制尙書)의 약칭으로, 임금의 제명(制命)을 받든 상서라는 뜻이다.
※甲第 [ 갑제 ] 크고 너르게 아주 잘 지은 집
※揖讓 [ 읍양 ] 예를 다하여 사양(辭讓)함
積善 [ 적선 ] 착한 일을 여러 번 함
동국이상국전집 제24권 / 기(記)
최 승제(崔承制) 진강후(晉康侯)의 원사(元嗣)이다 의 십자각기(十字閣記)
승제상서(承制尙書) 최공(崔公)이 갑제(甲第)의 서쪽에 집을 세웠는데, 기이하여 실로 인간 세상에서 일찍이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무릇 집을 짓는 제도는 들보를 가로 지르고 마룻대를 세로 지르며, 들보 위에 동자기둥을 세우고 서까래와 네모진 서까래를 거는 것이 통례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집은 네모가 나서 십(十) 자와 같고 그 속은 네모가 반듯하여 정(井) 자와 같아서 세상에서 말하는 장려(帳廬)라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십자(十字)라 이름하였다.
정자처럼 네모 반듯한 안에는 모두 밝은 거울이 걸려서 그 광명이 안과 밖을 환하게 비쳐, 무릇 사람과 물건의 굵고 가는 것과 크고 작은 것의 일변 일태(一變一態)가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나니, 쳐다보면 놀랄 만하다.
나는 듯한 용마루[飛甍], 굽은 두공[曲枅], 층층한 주두[層櫨], 첩첩한 도리[疊梠]가 모두 구부정하게 옆으로 튀어나오고 가장귀져서 비스듬히 뻗어, 이무기가 날아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봉이 날개치는 것과 같기도 하여 특수한 형상과 괴이한 제도가 모두 제각기 다르게 보이니, 비록 예수(隷首)가 이를 계산하더라도 멍해서 잘 계산하지 못할 것이다.
그 붉은 칠, 푸른 칠을 하고 채색으로 아로새긴 꾸밈은 휘황찬란하여 놀이 어른거리듯, 구름이 피어오르듯, 혹은 밝은 달이 빛을 뿜는 듯하고 많은 별이 광채를 펴는 것 같으므로 비록 이루(離婁)가 이를 보더라도 현란해서 감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목경(木經)》에 이런 제도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옛날에도 세상을 뒤흔들 만한 호문(豪門)과 거벌(巨閥)이 있었고, 훌륭한 재목과 기이한 나무도 유독 지금에만 생산되고 옛날에는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며, 반수(般倕)와 같은 자가 어느 시대인들 없지 않았으련만, 어찌 옛날부터 대사(臺榭)와 유관(遊觀)이 이처럼 기이한 것을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가 오늘에야 비로소 보게 되었을까? 이것은 공의 안목과 의식이 옛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것일까?
비록 세상의 공후(公侯)와 경상(卿相)이 본받아서 건축하려 하더라도 비슷하게도 못할 것이며 설령 건축한다 하더라도 보존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다. 공훈이 왕실(王室)에 쌓이지 못하고 은택이 생민(生民)에게 흡족하지 못하고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유관(遊觀)의 화려함을 그 분수에 넘치게 한다면 몸에 누만 될 뿐인데, 어떻게 보존할 수가 있겠는가? 이제 최공은 적선(積善)한 가문에 태어나 온 조정의 물망을 얻어서 계책을 정하고 나라를 안정하게 한 그 공렬이 빛나서 일월과 더불어 광명을 다투고, 몰래 베푼 밝은 덕이 사람의 몸에 깊이 스며들었으니, 천지 신명이 또한 도울 것인데, 어찌 몸에 누되는 일이 있겠으며, 또 어디에 간들 보존하지 못하랴?
어제 공이 나를 불러서 말하기를,
“자네가 이 집을 보았지마는 이 집의 낙은 알지 못할 것이네. 화창한 바람이 맑고 질탕하여 복숭아꽃ㆍ살구꽃이 만발할 때에는 선관(蟬冠)에 구대(龜帶)를 띤 자와 읍양(揖讓)하고 용수초(龍鬚草)의 자리에 앉으매, 둥근 소반이 엇걸려 놓이고 금술잔이 가볍게 오가며, 동오(東吳)의 절색과 남국(南國)의 가인(佳人)이 거문고 줄을 퉁기면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는 듯하고 노래를 부르면 가는 구름도 멈추며, 향기로운 바람과 난초 냄새가 수십 리에 풍겨 화류(花柳)와 꽃다움을 다투니 이것은 내가 봄에 얻는 풍경이다. 여름철 찌는 듯한 한더위에는 북쪽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청풍이 서늘하게 불어오고 깊숙이 자리잡은 집이 저절로 그늘져서 햇빛이 엿보지 못하며, 찬 얼음으로 둘러싸고 큰 부채를 마주 부치며, 거기에 또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심어서 아름다운 그늘을 제공하고 맑은 소리를 보내어 서늘한 기운이 8~9월의 기후와 같게 하니, 인간 세상에 쇠를 녹이고 돌을 태우는 듯한 무더위가 있음을 알지 못하네. 이것은 내가 여름에 얻는 풍경이네. 가을과 겨울에는 따스한 안방과 후끈한 별관이 있다네. 이 집은 나에게 이와 같은 즐거움을 주는데, 나는 집에 보답할 것이 없다네. 다만 화려한 문사(文詞)를 써서 집의 영화로 삼으려 하는데, 자네가 그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나는 사양하다 못해 공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참으로 공의 즐거움이오. 그러나 이것은 그 바깥 것을 들어서 말했을 뿐이오. 그 마음속에 자득한 것으로 말하면, 무한한 강해처럼 넓고 무궁한 천지처럼 광대하여 일월이 늙게 못하는 바이며 귀신이 엿보지 못하는 바이니, 저 같은 사람으로서는 능히 헤아려서 필한(筆翰)에 나타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의 분부가 엄하므로 제가 또한 감히 그 대강을 적어서 공이 밖에서 얻은 것에 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만 그 이면의 자득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글에 능한 선비를 기다려서 그 순수함을 발휘하여 갖추 형용하게 해야 할 것인데, 제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직한림원(直翰林院) 이모(李某)는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