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일기 제1권(국역 윤치호 영문 일기1)>1888년>12월 3일~12월 31일(음력 1888년 11월 1일~11월 29일)>29일(27일, 토, 맑음)
29일(27일, 토, 맑음)
책 보며 소일하다. 연일 날씨 매우 좋다. 연일 1, 2시간 쯤 앞뜰 넓은 풀밭을 혼자 거닐어 산보하니, 유유독락(悠悠獨樂)하여 짐짓 쾌활하더라. 밤 6시에 갈란드(Garland)선생의 청을 받아 두 일본 친구와 그 집에 가 저녁 든 뒤 1시까지 이야기하다 오다. 갈란드선생은 □십 노인이나 기력이 정정하여 장성한 자녀가 많아 증손자까지 보아 내외 화락하게 지내니 복 있는 노인이다. 하나님은 이 노인 내외와 그 자손을 보호 강복(降福)하시옵소서.
오늘 밤 이야기하는데 일본 칭찬이 자자하니 나는 내 나라 자랑할 일 하나도 없고 다만 흉 잡힐 일만 많으매 한편 한심하며 한편 일본이 부러워 못 견디겠다. 그러나 내 팔자 이미 조선 사람이 되어 한심하여도 쓸데없고 탄식 통곡하여도 무익하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도우심을 입어 내 평생을 우리나라 좋은 일에 진심으로 힘을 다하여 비록 내 생전에는 내 나라가 남의 나라 같이 번성하는 것을 못 볼지라도 내 마음껏 내 나라를 섬기는 것이 내 직분인 것이다.
하나님은 나의 약한 것을 도와주시어 내 인생이 예수성국(耶蘇聖國)과 내 나라에 유용하도록 지도하여 주시옵소서. 이 뜬 구름 같은 세상을 떠나 천상에 오르면 그 곳에는 남의 업신여김 없고 걱정도 없이 만세 무궁히 극락으로 세월을 지낼 터이니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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