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천목 - 고려말 조선초 무신
※임실현(任實縣) - 전라북도
청장관전서 제68권 한죽당섭필 상(寒竹堂涉筆上)
도깨비 방죽
임실현(任實縣) 오원(梧原) 땅에 도깨비 방죽이 있다.
세속에서 전하기를 마 부원군(馬府院君)이 한미(寒微)할 때에 하루는 시냇가로 고기를 낚으러 갔다가 오색(五色)의 영롱한 괴이한 돌 하나를 주워가지고 돌아와서 보물로 간직하였는데 밤중에 도깨비 수만 명이 와서 엎드려서 애걸하기를,
“귀왕(鬼王)이 부(符)를 분실했는데 족하(足下)께서 그것을 얻으셨습니다. 원컨대 급히 돌려 주십시오.” 하였다. 그러자 마 부원군이,
“부(符)란 어떤 물건이냐?”
하니, 도깨비가,
“아까 얻으신 괴이한 돌이 그것입니다.”
하였다. 마 부원군이 더욱더 허락하지 않자, 도깨비가,
“족하께서 만약 하시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삼가 명령하는 대로 화급히 서둘러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하므로, 마 부원군이,
“너희들이 만약 하룻밤 사이에 돌로 오원(梧原)의 큰 내를 석축해 놓으면 부(符)를 돌려줄 수 있다.” 하니, 도깨비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물러갔다. 다음날 아침 그 냇가에 가보니 많은 돌로 석축해 놓았는데 먹줄로 긋고 자른 듯이 정확했다. 그날 밤에 여러 귀신들이 다 모여 왔으므로 마 부원군이 드디어 석부(石符)를 돌려주고 또 도깨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콩 한 말을 볶아서 각각 콩 한 개씩을 나누어 먹였는데, 맨 나중에 콩 하나가 부족하여 한 도깨비가 홀로 얻어 먹지 못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갔다. 그래서 그 도깨비가 훼방을 놓아 석축 중간의 돌 두 자 가량을 빼버렸으므로 마 부원군(馬府院君)이 돌을 모아 그곳을 때웠는데, 해마다 장마가 져도 지금까지 4백 년에 이르도록 방죽이 무너지지 않고 새로 쌓은 것과 같다. 다만 사람이 때운 곳만은 때우면 무너지곤 한다.
대체로 이 방죽은 임실(任實)과 남원(南原)에 크게 이로운 것으로 관개(灌漑)할 수 있는 농토가 수천 경(頃)이나 된다. 그리고 마 부원군은 바로 개국공신(開國功臣) 마천목(馬天牧)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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