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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조선반도 고양이

by afsefe 2023. 4. 10.

성호사설 제6권 / 만물문(萬物門)

가리(家狸)

고양이[猫]는 가리(家貍)라는 것이다. 해설한 자가, “이 가리는 장건(張騫)이 가져온 것인데, 서역(西域) 지방 추운 기후에서 태어난 짐승인 까닭에 코끝이 늘 차다가 오직 하지(夏至)날에만 잠깐 따뜻할 뿐이다.” 하였다.

그러나 내가 징험해 보니, 하지에도 역시 여전히 차기만 하다. 그리고 어두운 밤중이 되면 가끔 그 털을 뒤흔드는데 환한 불빛이 생기면서 털이 불에 타는 듯한 소리가 있고 털 끝이 모두 꼬부라지게 된다. 사람들은 그 가죽을 모아 갖옷을 만들어 입는데 아주 따스하고 담결(痰結) 같은 병도 저절로 없어지게 되니, 어찌 찬 기가 있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본초(本草)》에는, “고양이 고기는 성질이 약간 찬데 겉은 뜨거워도 속은 차다.” 하였으니, 또한 이상하다 하겠다. 또 어떤 이는, “당(唐) 나라 삼장(三藏)이 불경(佛經)을 씹어 먹는 쥐를 잡기 위해서 이 가리를 갖고 온 것이다.”고 하였다.

요즈음 사람들은 이 가리의 고기를 약으로 쓰는데, 가슴과 뱃속에서 생기는 모든 담증(痰症)을 치료하니, 이는 옛날에는 없었고 지금 생긴 묘방(妙方)이라는 것이다.

나는 생각건대, 만약 이 가리를 장건이 갖고 온 것이라고 한다면, “팔사(八蜡)에 고양이에게 제사 지내 준다.”는 고양이는 과연 무슨 짐승인가? 이는, ‘밭의 쥐를 잡아 먹는 공을 위해서 제사 지내 준다.’고 했으니, 이도 역시 쥐를 잡아 먹는 짐승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로 본다면, 장건이 갖고 오기 전 옛날부터 이 가리란 짐승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아(爾雅)》에, “범이 몽근 털로 생긴 것은 이름을 잔묘(虥猫)라 한다.” 하고 그 주에, ‘이 잔묘는 몽근 털로 된 범이다.’ 하였다.

그렇다면 이 잔묘란 짐승은 반드시 몽근 털로 생긴 것이 범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 《고공기(考工記)》의 주에는, “나충(倮虫)은 몽근 털로 생긴 호표(虎豹)와 같다.” 하였다.

그렇다면 이 호표도 모두 몽근 털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또 무슨 이유인가?

또 일찍이 상고해 보니, 고양이와 범은 둘이 다 딴 짐승이고 이 가리라는 것은 아니니, 대아(大雅)에 말한, “고양이도 있고 범도 있다[有猫有虎].”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어떤 이는, “따로 쥐를 잡아 먹는 몽근 털로 생긴 짐승이 있는데, 이것이 팔사 중의 하 나라는 고양이요 가리는 아니다.”고 하니, 어느 말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또 옛사람의 시에,

 

고양이 눈 속에는 주천이 제대로 정해져 있어 / 猫兒眼裏定周天

자오로 지남침을 달고 묘유로 둥글게 돈다 / 子午懸針卯酉圓

인신과 사해로 갈 때는 살구씨처럼 길쭉하게 되고 / 寅申巳亥杏仁橢

사계로 돌아올 때는 대추씨와 같이 뾰족하구나 / 四季還如棗心然

라고 하였다. 이는 추측컨대 고양이 눈동자가 살구씨처럼 생겨서 시간을 빙빙 돈다는 것인 듯하다. 자오(子午)란 방위는 바로 남북인 까닭에 다만 그 한쪽 모만 드러내게 되고, 묘유(卯酉)란 방위는 동서(東西)로 가로 놓였기 때문에 그 둥근 전체가 나타나게 된다.

 

그 중간에 대추씨처럼 되기도 하고 살구씨처럼 되기도 하는 것은 모두 앞을 향하여 비뚜름하게 나타나는 까닭에 그 모습이 각각 다르게 되는 것이다. 혹 고양이가 성을 내게 될 때는 눈 속에 달린 지남침이 반드시 그 성내는 기를 따라 움직이는 까닭에 성을 내면 기가 따라 움직이게 되고, 눈동자도 역시 남북으로 바로 서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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