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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호

윤치호와 우쉬오 대령

by afsefe 2023. 9. 14.

4집 국역 윤치호 영문 일기4(한국사료총서 번역서4)>1900년(광무 4년, 경자년)>12월

31일《월요일》 화창한 날씨.

오늘도 화창한 날이다.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추워졌다.

원산에 있을 때 주목할 만한 인물 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70세 조선인이었다. 그 노인은 지난 30년 동안 솔잎가루와 물만 먹고 살고 있다고 확언하였다. 그는 나이가 많지만 시력이나 청각이 좋았고, 몸은 꼿꼿하고, 치아는 튼튼하고, 걸음도 탄력 있다. 그 노인은 하루에 백리를 걸어갈 수 있고, 며칠 동안 달리기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그 노인이 한 말에 따르면, 전라도 속리산 속에서 솔잎과 물만 먹으면서 오백 년 이상을 산 사람을 두세 명 보았다고 한다. 삼십 년 동안 솔잎과 물만 먹고 산다면 나도 비슷한 환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말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른 한 명은 공정한 생각을 갖고 편견 없는 일본인이다. 우쉬오(潮敬仁) 대령은 1899년 봄에 원산항의 일본 주둔군 사령관으로 원산에 도착했다.

우쉬오 대령은 체구가 작지만 단단한 체형의 남자다. 대령은 오만하고 잘난 체하는, 반 서구화된 일본인이 아니다. 대령은 일본인의 결점을 제외한, 일본 신사의 훌륭한 자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의 예의범절에는 작위가 없다. 그의 친절에는 달콤한 꾸밈이 없다. 그리고 그의 용기에는 자객의 검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호의적이고 사려 깊은 인물이다. 그는 공정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동포들이 조선인들에게 부가하는 하찮은 포학행위와 부당한 관행을 책망한다. 우쉬오 대령이 편견 없고, 솔직하고 훌륭하기 때문에 몇몇 일본인들은 대령한데 야마토 정신(大和魂, Yamato Tamashi)이 없다며 비난한다. 대령은 원산에서 머무는 동안 자신이 조선인의 영원한 친구라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공정하고 참된 일본인이라니, 정말이지 희귀한 일이다! 솔잎과 물을 먹고 5백 년 동안 살았던 조선인을 만나기보다는 차라리 그 대령처럼 공정하고 관대한 일본인을 한 명 더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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